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후를 두고서 대략 일주일을 주기로 며칠간 춥고, 또 몇 날은 포근함을 반복한다 하여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삼한사온은 고사하고, 육한일온(六寒一溫) 조차 흔치 않은 추운 겨울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간혹 기온이 올라 정점에 가까울 때는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범위에서 오르내리다 보니 그 폭이 크지 않아서 "포근하다"는 느낌을 얻기엔 부족한 감이 더 많았어요.
이렇듯 연일 날씨가 춥다 보면 난방에 신경을 쓰게 되고, 자칫 부주의로 말미암은 화재 사고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그러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신문 또는 방송에서는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렀다." 혹은 "안이한 대처가 더 큰 화를 야기했다." 등등의 다양한 분석을 내놓습니다.
저 두 문장을 보면, "안이하다, 안일하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대부분 "대충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서 화를 불렀다"는 내용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 두 단어 역시 비슷한 의미로 쓰이긴 하지만 동의어는 아닙니다. 당연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은 "안일"과 "안이"에 대한 구분법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 안일(安逸), 명사
파생어 : 안일하다, 안일히
편안하고 한가로움. 또는 편안함만을 누리려는 태도.
ex)안일과 나태에 젖은 생활.
안일에 빠지다.
부패하고 무능한 조정과 일신의 안일과 영달에만 급급한 나머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양반 계급에 대해서 한층 극심하게 분노하고 있었다(출처 : 박완서, 미망).
■ 안이(安易), 형용사
원형 : 안이, 형용사
1.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나 경향이 있다.
ex) 일을 안이 하게 처리하다.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너는 모든 일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안이한 태도 내 생활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윤두명의 말은 진실이었다(출처 : 이병주, 행복어 사전).
2. 근심이 없이 편안하다.
ex) 에테르 냄새와 같은 진한 강물 냄새에 파묻혀 눈앞에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노라니 문득 안이한 행복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었지(출처 : 최인호, 미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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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전적 풀이를 보아도 "안이"나 "안일" 모두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나 경향, 또는 편안함 만을 누리려는 태도"라는 공통된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 구분하기 어렵네요. "안일한/안이한 생각", "안일한/안이한 태도"처럼 어느 쪽을 붙이건 의미가 통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안일하다]는 편안할 안(安) 자에 달아날 일(逸)이 만나 ‘편안함만을 생각하고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태도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안이하다]는 편안할 안(安) 자와 쉬울 이(易)가 결합하여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나 경향이 있다’는 의미로 쓸 때 사용해야 합니다.
한자 한 글자의 차이이고, 모두 "너무 쉽게 생각하여 큰 관심 없이 넘긴다."는 의미는 비슷합니다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안일하다]의 경우, "달아날 일(逸)"자 때문에 "현실회피, 나태함"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안이하다] 보다는 좀 더 비판적인 단어로써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안이하다]는 형용사로만 쓰여 "안이"만 따로 떼어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일하다]는 형용사뿐만 아니라 "안일히(부사)", "안일(명사)"처럼 문장 내 다른 품사로 쓰임이 가능해요.
정리하면, 두 단어는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안일]은 나태하다는 의미와 관련되어 조금 더 부정적이고, [안이]는 그러한 면에서 약간은 비켜져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