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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에도 삼한사온은 맞지 않았다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은 삼한사온이다. 삼한사온은 말 그대로 사흘은 춥지만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의미다. 한반도의 겨울 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기단의 세력이 강해지고 약해지는 과정이 대략 7일 단위로 반복된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한반도 북서쪽에서 만들어지는 시베리아 기단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 방향으로 내려오며 세력을 확장하면 춥다. 따뜻한 남쪽 기단과 마주치며 세력이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따뜻해지고 때로는 눈이 온다.
과연 예전에는 삼한사온이 정확했을까. 우리 조상들이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중기인 효종 2년(1651년) 삼학사였던 김상헌은 “작년의 기후가 무척 추워 삼한사온이라는 이야기는 역시 믿기 어렵다”고 썼다. 조선 숙종 때 문신인 채팽윤은 “극심한 추위가 4일째를 지나니 삼한사온의 이치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글을 남겼다. 조선중기 학자인 심육은 “겨울밤 맑고 온난한 날 적으니 삼한사온 믿지 못하네”라고 썼다. 언제부터 삼한사온이라는 말을 썼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 중기와 후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삼한사온을 믿지 못하겠다는 문구가 곳곳에서 나온다. 수백년 전에도 삼한사온 현상이 들어맞지 않았다는 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강추위와 삼한사온 실종 현상이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이상 기후 때문이라는 주장에 의문이 생긴다. 상식적으로 300~400년 전에는 지구온난화가 지금보다 심각하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겨울 기온을 지배하는 주연과 조연은?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에 있는 바이칼 호수는 정확히 한반도의 북서 방향에 있다. 면적 3만 1500km2, 남북 길이 636km, 둘레 2200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다.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들면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한 시베리아 지방의 지표 온도는 급격히 냉각된다. 땅 위에 있는 차가운 공기는 큰 세력을 만들며 ‘기단’으로 성장한다.
시베리아 기단을 정확하게 보려면 발원지에 눈이 언제부터 내리느냐, 얼마나 쌓여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칼 호수가 얼어붙고 수면 위와 호수 주변에 눈이 일찍 쌓이면 시베리아 기단은 더 차가워진다.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하는 바이칼 호수의 얼음과 주변 눈이 태양에너지를 반사하기 때문이다. 빛을 수직으로 비추었을 경우 빛을 반사하는 비율을 정상반사율이라 하는데, 눈의 정상반사율은 1.0에 가깝다.
밤이 되면 지표면에서 반사된 에너지가 상층에 모이고 지표면이 급격히 냉각된다. 상층의 기온이 더 높은 역전층이 발달하면서 고기압이 형성된다. 때문에 시베리아 지방에 일찍 눈이 쌓이면 시베리아 기단이 더 빨리, 더 춥게 형성된다. 보통 시베리아 기단은 영하 30℃ 상태에서 만들어지는데, 기단이 만들어질 때의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결국 겨울철 기온을 직접 좌우하는 주연은 시베리아 기단의 강약과 형성 당시의 조건이다. |